Q: 본인과 하시는 일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올해 32살이 된 오언석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기업체 안에서 AV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현재 화상 회의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교회에서는 드럼 반주자로 섬기고 있습니다. 2년전에 결혼을 했고 아직 자녀는 없습니다.
Q: 교회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A: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제가 유아부 때인것으로 기억합니다. 네 살부터 산정현 교회에 누나를 따라서 교회를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간식을 먹으러 교회에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웃음) 결혼전까지는 산정현 교회에서 계속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드럼을 전공으로 학교에 진학해서 이후로 교회에서 찬양팀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음향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시면서 성도로서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A: 아무래도 실용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전문적인 뮤지션을 하지 않는 이상, 레슨을 하거나 아니면 음향 쪽 일을 많이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 전공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음향 쪽 업무를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해보니 재미있는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는데, 일단 지금 하는 일은 만족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신입단계를 지나서 어떤 일을 맡아서 할 수 있는 담당자 정도의 역량을 갖춘 것 같습니다.
저는 신앙정체성을 감추는 편은 아닙니다. 어디를 가든 신앙인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데, 요즘은 굳이 회사에서 교회를 다닌다는 것을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 성향도 영향을 줄텐데, 저는 돈을 잘 벌어서 생활의 안정을 이루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높은 지위에 올라서 유명해지는 것에 대한 욕구는 높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지 승진에 대한 욕심이나 조직 내에서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부담은 낮은 편입니다. 이런 성향이 자기를 위해서 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고 교회에서 듣고 자라서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업체에서 A/V 유지보수를 하다보면 회사에 어떤 큰 행사나 미팅이 있으면 주말에도 종종 일을 해야 했는데, 팀원들에게 제가 크리스찬이라서 주일에는 교회를 나가야 하는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했는데 팀원들이 이 점에 대해서 잘 이해해 주었습니다. 물론 저도 가능한 범위에서는 주일 근무를 피했지만 불가피하게 주일에 근무를 해야 하는 날은 제 업무를 완벽히 해 두고 교회에 출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책임을 다 하더라도 업무 특성 상 끝까지 남아서 함께 마무리를 하던지 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팀원들이 대체로는 잘 이해해주고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크리스찬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분들 때문에 힘든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에 함께 일하던 상사분이 그게 자랑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연말정산 할 때, 본인의 십일조 액수를 좀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는데 그런 점들을 보면서 저게 과연 신앙인으로서 맞는 모습인가? 하는 이야기를 신앙이 있는 팀원들끼리 나누기도 할 만큼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분이라 팀원들의 대략적인 소득을 알고 계셨을 텐데,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십일조 이야기를 팀원들한테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분이 자기 자랑처럼 들려서, 차라리 나는 굳이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도 성격이 좀 예민하신 편이고, 짜증과 한숨을 섞어서 말씀하시는 습관이 있으셔서, 그 분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팀원들은 늘 팀장님을 대할 때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그분을 보면서 되려 제 언행을 살피게 되었고, 저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굳이 개인적인 내용들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에서 필요 이상으로 제 개인적인 내용들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크리스찬으로서 정체성을 감추지 않아도 딱히 어려운 점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걸 드러낼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40대나 50대를 인터뷰하다보면 크리스찬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애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의 상황에서는 그런 점을 드러내야 일터에서 크리스찬으로 자기 정체성을 지킬 수 있던 환경도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석 형제 세대에서 느끼는 그런 중압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제 또래를 대표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청년 중의 한 명으로서의 입장에서 의견을 말씀드린다면, 제가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4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에도 교회의 목사님들께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세상과 타협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정말 많이 강조하신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주일에 불가피하게 근무를 하는 상황이 되면, 회사가 부당한 처사를 한다는 말씀도 하시고, 또 암묵적이지만 회사가 그런 부분을 요구를 하면 그걸 신앙으로 거부하는 것이 옳다는 느낌을 주시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주말에 근무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많이 고민해 보았는데, 내가 그 회사에 입사한 이상,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책임감있게 일을 해야하고, 내가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팀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크리스찬들은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회사는 절대로 가서는 안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때에 그런 부분들이 크리스찬 청년들이 취업하는데에 있어서 선택의 폭을 더 제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아내는 저보다 보수적인 입장이라서 아내는 회사에 일이 있어도 무조건 예배를 우선으로 결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취업을 할 때, 훨씬 더 제한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회사에서도 ‘저는 주일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주일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중 직원을 선택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더 유연한 사람을 선호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저도 원래는 주일은 무조건 지켜야지 하는 입장이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게 과연 회사에 그리고 동료들에게 좋게 보일까? 오히려 좀 기독교를 고집의 종교처럼 보이게 하지는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주일에 불가피하게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저는 한 번도 예배를 참석하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아침에 일찍 예배를 드리고 가던가, 아니면 저녁에 예배를 가는 경우가 있더라도 빠지지 않고 예배를 드리고 있고, 대부분 제 주변의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에 대해 교회가 여전히 불편하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Q: 최근 기업에서 강제적인 회식도 없고, 이전에 비해 자기 일만 잘 하면 출퇴근에 대해서도 상당히 유연해 진 것 같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시면서 교회 문화와 충돌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으십니까?
A: 제가 아직 사회 생활을 그리 오래 한 편은 아니고, 이제 두 곳의 회사를 경험해 보았을 뿐입니다. 저도 처음에 사회 생활 시작하면서 회식이나 음주 그런 부분이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제가 근무했던 첫 직장은 교회 어른들께서 걱정하시는 강제적인 회식이나 음주 문화는 없었습니다. 최근 이직한 회사도 팀장님이 크리스찬은 아니시지만 음주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음주와 이어지는 회식은 없는 편이라서, 크리스찬으로서 제가 갖고 있는 가치를 지켜가는데 사회 생활에서 크게 부딪힘을 느끼거나 힘든 점들은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Q: 말씀을 들어보니 적어도 언석형제는 사회에서 강압적인 음주나 회식 같은 것들은 경험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크리스찬들의 거룩은 어떻게 사회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라는 성경의 말씀을 언석 형제는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A: 저는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것이 과연 빛과 소금의 삶인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말씀 안에서 하나님과 잘 교제하고 있으면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이 드러나는 것이지. 그걸 노력해서 억지로 드러내고, 내가 이렇게 거룩하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내가 하나님과 교제하면서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나 내가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하고 있나 이런 것을 살피는 것이 더 본질적인 부분 같습니다. 더 깊이 하나님과 교제하고 순간 순간마다 하나님에 대해 올바르게 반응함으로써, 세상에서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크리스찬으로 사는 것이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빛과 소금으로 살아내는 것이 사회와 싸워서 이겨내는 이질적인 모습 혹은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하나님과 소통하는 사람으로 혹은 하나님을 세상 가운데 보여주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빛과 소금의 모습이 될 수는 없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Q: 결혼을 하시면서 신앙 생활에도 많은 부분들의 변화가 있으실 듯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십니까?
A: 아무래도 청년부까지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절대적으로 그런 교제의 시간이 부족합니다. 결혼 이후에도 좋은 교제를 이어가시는 분들도 있으실 수 있지만, 지금 제 주변에서는 그런 분들을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청년에서 장년으로 연결되는 시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던 산정현 교회도 청년부 공동체가 참 좋았는데, 결혼과 동시에 사는 곳도 변화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교회를 옮기는 지체들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같은 청년부에 있던 지체끼리 결혼을 한 경우라 해도, 환경이 바뀌다 보니 교제 모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더 많이 바빠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모이는 것이 어려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지금은 교회를 옮긴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도 좀 있는 것 같고, 교구가 정기적으로 개편이 되다보니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도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청년부에서 장년부로 옮겨지면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청년부에서 경험한 교제나 문화와는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교회 생활이 단절되는 느낌이고, 장년이 되면 주변에서도 서로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나 교회 안에서도 성인들이다보니, 서로 이야기 해주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당연히 권면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뀐 환경에서 저도 적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보니, ‘나도 잘 살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누구한테 말할 입장이 되나.’ 싶어서 입을 다물게 되는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단절감이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부부 중심으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는데, 교회는 여자는 여자들끼리, 남자는 남자들끼리 모이는 게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식당 봉사를 할 때에 젊은 아내들의 경우는 종종 신랑과 같이 가겠다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교회 안에서 익숙하지 않은 문화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 밖보다 더 멋진 문화를 보여준다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가 생긴다면 교회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주변에 비혼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고, 친구랑 같이 사는 친구도 있고, 애완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친구도 있는데 과연 이런 친구들이 교회에 왔을 때,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교회의 인식이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교회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이런 대화를 하고 싶은데, 교회에서 성경이 이야기하는 원론 즉 하나님의 말씀은 이야기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성도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비혼주의자인 분들이 교회에 오는 것은 성경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에서 비혼인 분들이 속할 공동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교회에 오는 것을 막지는 않지만 이 분들이 교회 안에서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암묵적으로 결혼을 하는 것이 성경적이라는 입장이 전제되다보니 그런 이야기를 듣는 자매들이나 형제들 중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말씀해 주신 문제들을 포함해서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마주치는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 성도들이 성경적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교회가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비혼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결혼 뿐 아니라, 교회의 입장이 완고한 다양한 주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에 교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쪽에 속하는 분들을 배제하고 교회가 가는 것이 옳을까요? 생각이나 입장이 다르다고 그들을 배제하고 가는 것이 옳지 않다면 교회가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기준들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상에 적용할 때 성도들이 직면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교회가 같이 생각해 주고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성도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만약에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해서 교회가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그 답을 찾으십니까?
A: 개인적으로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닙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싫어하는 제 성향 때문에 어쩌면 제가 신학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들어가고 있지 않는 것이지만, 결국은 각자가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께서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시면 좋지만, 만약 목사님들께서 일일이 그 도움을 주시기 어렵다면 교회 내의 어른들이나 리더들이라도 그런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셔야 건강한 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누구나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답을 모른다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의문들은 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답을 찾고 싶은데 잘 안 찾아지는 그런 문제들 말입니다. 그런 문제들이 계속 쌓이면, ‘결국 일상에서 개인이 성경적으로 살아가려고 해도 과연 그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 옳은 방향인지 잘 모르는 채 그냥 하던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 역시 마음속에 시원한 답을 알지 못하는 문제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답답함들이 언젠가는 좀 시원하게 풀어지면 좋겠습니다.
Q: 요즘 수면 장애나 우울감 같은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이 안녕한지에 대해 우려도 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걱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젊은 세대는 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보고 들음으로써 습득한 지식은 많은 반면에, 실제적인 경험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결과값에 대한 이야기는 알지만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미래는 잘 그려지지 않아서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실패하면 다시 회복이 어려운 사회라는 느낌이 있어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을 많이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생이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불안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 편인데, 가끔은 스스로 ‘내가 생각이 없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Q: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 덜 조바심을 내는 것이 신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난 분들이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게 되는데 그런 분들의 특징은 세상적인 고민보다 그 외의 것을 더 많이 생각하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앙을 갖고 있는 분들은 먹고 사는 것이 삶은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 분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갖고 계신 분들의 깊이를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비교적 제가 세상적인 고민에 대해서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어쩌면 교회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을 많이 보고 자라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면에서 저의 성향 못지 않게 신앙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이 인터뷰는 대부분 신앙을 갖고 있는 분들이 보실 텐데 그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저는 기본만 해도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성경에 기록된 말씀대로 살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성경의 높은 기준이 우리의 죄성을 깨닫게도 하지만 또 마땅히 따라야할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적어도 사회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교회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고 사회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행위들이 자꾸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그래서 또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실수를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불완전함이 실수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혹시라도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다면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것이 더 교회다운 태도가 아닐까요?
Q: 한국 교회에 대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그런데도 희망을 찾는다면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일단 저를 포함해서 뭔가 되게 중심을 못 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제게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이 교회 저 교회를 비교하기도 하고, 사실 제가 최근에 찬양팀 사역을 위해서 교회를 옮겼는데 새로 옮긴 교회의 분위기와 이전의 분위기가 상반된다고 느껴질 만큼 다릅니다. 한 쪽은 진중한 대화들이 많이 오가는 분위기이고 다른 쪽은 무거운 주제도 가볍게 다루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좋거나 어떤 쪽이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고,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의 신앙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겠지만, 이런 상반되는 경험들을 제가 이해하고 기준들을 세워나갈 때 혼란을 많이 느낍니다. 이런 혼란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정리해갈 수 있는 공동체나 어른들이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목사님들께서 교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시지만, 누구의 탓을 하기에 앞서서 제 생각에는 결국 매번 성경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여전히 그런 것이 어려워서 흔들리는 제 자신이 제일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치적으로도 워냑 다양한 사회가 되어가다 보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확언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너무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 안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대화가 없어보입니다. 각각의 내용은 나름의 성경적 근거를 갖고 주장들을 하기 때문에 한쪽의 입장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도 듭니다. 교회 안에 공적인 대화가 부족하다 보니 성도들이 더 혼란스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자는 어떻게든 가치관을 형성하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다들 성인들이니까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교회가 말하는 것을 아무런 비판없이 수용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내 생각이 다르면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의 안 좋은 모습들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잘하고 계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면 좋겠고 교회에서도 그런 성도들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런 분들이 많아질수록 한국 교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가 힘들어질 때, 교육 훈련이나 프로그램 같은 부분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답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찬양팀에서 장년 성도분들과 함께 교제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들께서 찬양팀 안에 있는 청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청년들의 자녀들이 교회의 희망이라고 하시면서 다음세대는 교회에서 함께 키워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그런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요? 서로를 기억해 주고, 서로를 인식해 주는 관계의 회복이 한국 교회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의식들이 프로그램보다 교회 공동체에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40대나 50대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인데 언석 형제께는 이 질문을 여쭙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이 있으십니까?
A: 지금 찬양팀에서 드럼 반주자로 섬기고 있습니다. 전공도 드럼을 했고, 드럼으로 섬기기 위해 교회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제가 사역자인지 봉사자인지 헷갈리는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실 그런 문제는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고, 마음에 맞는 분들과 찬양사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게 소명인지 사명인지 저도 분명하지는 않지만, 찬양을 하면서 하나님을 깊이 느끼고 찬양을 하는 순간이 제게 큰 기쁨과 회복을 줍니다. 하지만, 그런 여건을 만들기가 참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소망이 쉽게 놓아지지 않고 솔직히는 놓고 싶지도 않습니다. 만약 그 소망을 놓아버리게 되면, 찬양을 하면서 얻는 기쁨과 새 힘도 함께 놓쳐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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